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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프로그램

잃어버린 얼굴들 The Faces We Lost

  • 영국
  • 61min
  • X +
  • color
  • 다큐멘터리

1994년 르완다에서 일어난 제노사이드는 100일 동안 100만에 가까운 생명을 앗아갔다. 남자, 여자, 아이 할 것 없이 마세티 칼로 난도질당할 때 세상은 침묵을 지켰다. 국제사회가 드디어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하자, 훼손된 몸과 수많은 이름 없는 난민들의 충격적인 사진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러나 많은 르완다인들은 죽음이 아닌 삶의 이미지들을 통해 사랑하던 사람들을 기억한다. 여권이나 신분증 사진, 마당에서 무심코 사진 찍힌 모습 또는 결혼식이나 세례식에서의 단체사진 등.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파괴되고 영원히 소실된 가운데 살아남은 이미지들은 소중한 물건들이다. 많은 경우, 사랑하던 사람의 이미지를 한 개밖에 가지고 있지 않으며, 아예 하나도 없는 경우도 많다. <잃어버린 얼굴들>은 9명의 르완다인 (생존자, 희생자의 친척, 그리고 기억만들 기 전문가들)을 따라다니면서 그들의 이야기와 경험, 기억과 이미지들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이러한 값진 사진들의 다양한 기능들을 파고드는 첫 번째 다큐멘터리 작업이며, 르완다인을 단지 이미지의 대상이아닌, 이미지의 사용자로서 다루는 몇 안 되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에는 1994년 제노사이드와 그 유산이 남긴 끔찍한 경험들이 깊이 새겨져 있다. 또한 각 이야기는 화자만의 고유한 것이다. 마마 랑베르는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미지에 둘러쌓여 산다. 작은 사진은 크게 확대시켜서 집안 벽들에 자랑스럽게 걸어놓았고, 다른 사진들은 화가에게 의뢰해 그림으로 만들기도 했다. 아델린은 딱 한 장 남은 아버지 사진을 자기 폰에 저장해 놓아 어디를 가든 아버지와 함께일 수 있다고 말한다. 제노사이드로 죽임을 당한 사람들의 사진을 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아는 올리바는 돈이 별로 없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기 자신의 사진을 찍어놓는다. 자기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자기 이미지는 남아 있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클로딘은 사랑하는 남편의 이미지를 단 한 개도 가지고 있지 않다. 잃어버린 얼굴들은 또한 르완다에서 전문적 기억만들기의 양상을 들여다 본다. 이를 위해 희생자의 친척들이 기증한 원본 이미지 몇 천 개를 소장한 ‘제노사이드 아카이브’와 다수의 사진이 공개전시되는 ‘키갈리 제노사이드 기념관’를 통해서이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전문가이면서도 제노사이드의 경험을 피해갈 수 없었던 사람들이다. 알린은 이미지들을 보전하는 기록보관인인데,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제노사이드가 일어났을 때 지금의 자기와 같은 나이었던 젊은 여성의 사진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고 한다. 아카이브 관리책임자인 클라베는 일하는 모든 시간을 사진들에 둘러쌓여 보내는데 정작 자기 부모의 사진은 단 한 장도 남은 것이 없다고 한다. <잃어버린 얼굴들>은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이 만나고, 한 사람이 자기가 가진, 혹은 가지지 못한 사진과 자기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순간에 현시대의 르완다가 가진 복합적인 기억의 지형을 그려내고 있다.​

​ 5.22.(금) - 5.30(토) ​상시상영 
 네이버TV에서 영화 바로보기(배너클릭)​ ​

   

Schedule

    프로그램 노트

    <잃어버린 얼굴들>은 우리에게 비교적 낯선 1994년 르완다 학살을 다루는데 5명의 르완다인 피해자 가족들이 목격자가 되어 당시 사건에 대한 증언, 그 이후 삶에 대한 얘기들과 4명의 학살 추모 기념관에서 일하는 기록문서 보관 담당자(Archivist)들의 인터뷰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흥미로운 것은 피해자 가족들 거의 모두가 각각 남편, 아들, 형제, 친구 등의 일상 사진들을 가지고 학살로 인해 지금은 부재하는 그들을 기억해 내고 학살의 순간을 담담히 언술한다는 데 있다. 또한 당연하겠지만 아카이비스트들도 사진과 이미지의 긍정적 힘을 설파하며 “사람들이 피해자들의 사진들을 기념관에 가져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하며, 그것은 그들이 단지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걷고, 마시고, 축하하고 인생을 즐길 수 있는 한 인간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영화는 학살의 직접적 증거가 되는 사진부터 피해자의 일상 사진의 현존에 대한 중요성을 영화 내내 강조한다. 마마 랑베르의 경우, 희생당한 대자녀의 유년 시절의 사진부터 숙모와 부모님의 파티 사진들을 들추며 그녀가 기억하는 그들의 소소한 삶을 소환하며, 아델린은 태어나기도 전에 희생당한 단 한 장의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그녀만의 해석-그가 매우 차분하고 강한 남자였다–을 통해 아버지를 롤 모델로 삼으며 성장했다고 고백하거나, 세실은 사진의 마치 자기에게, ‘여기를 봐, 그를 봐’라고 말하는 것처럼 사진이 없으면 마음속에 그들의 존재가 상실되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희생당한 친척들의 사진들을 들여다 보며 그들이 어떻게 희생당했는지 담담히 증언하는 것이다. 앙드레 바쟁은 ”사진은 예술의 마술적 효과에 의해서가 아니라 비정한 기계장치의 효과에 의해 자신의 시간 속에 정지되어서 자신의 운명으로부터 자유로와진 생명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현존“이라고 했다. 이러한 ‘사진의 현존성’은 감추어진 공적/사적 역사를 드러냄과 동시에 (일상 사진에 대한) 각자의 기억과 상상을 통한 해석의 진가 속에서 발휘된다. 예컨대, 아델린의 조용한 이미지의 아버지 사진은 진짜 존재했던 아버지를 찍었지만, 역으로 학살에서 오는 부재에 관한 상실감을 표현하는 잊지 못할 이미지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크라카우어식의) 카메라-현실과 역사적 현실의 유사관계의 순간, 즉 우연에 감응하는 일상세계를 통해 역사적 진실을 기억하고 인지하는 순간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Genocide Archive Rewanda라는 디지털 아카이브를 운영하는 영화 속 아카이비스트는 ‘사진은 내 아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역사적 다리(Bridge)”라고 힘주어 말한다. 따라서 피해자 가족들의 일상에 밀착되어 있는 ’사진의 현존성‘을 통해 ’잃어버린 얼굴‘들을 찾게 하고, 사적 기억과 공적 기억을 소통하게 하는, 이 ’다큐멘터리의 현존‘ 또한 우리는 고귀하게 바라봐야 한다. 

     

    안민화, 한국예술종합학교

    Director

    • 피오트르 시플랙Piotr Cieplak

      영화감독이자 작가이다. 르완다, 케냐, 탄자니아, 아르헨티나에서 활동하였으며 그의 연출작 <기억의 공간>(2009)은 전세계 다수의 영화제에서 소개되었다. 죽음과 이미지 그리고 공간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Credit

    • 제작Piotr Cieplak
    • 촬영 Naizi Nasser
    • 편집 Jak Payne, Ben Venfield

    Mentor

    • 피오트르 시플랙Piotr Cieplak

      영화감독이자 작가이다. 르완다, 케냐, 탄자니아, 아르헨티나에서 활동하였으며 그의 연출작 <기억의 공간>(2009)은 전세계 다수의 영화제에서 소개되었다. 죽음과 이미지 그리고 공간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