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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프로그램

오! 꿈의 나라 Oh! My Dream Land

  • 대한민국
  • 90min
  • X +
  • color
  • 드라마

광주민중항쟁이 무력으로 진압된 이후 종수는 계엄당국의 수사를 피해 고향의 형뻘되는 태호를 찾아 동두천으로 온다. 그는 전남대의 학생이며 야학의 교사이며 광주항쟁에서의 활동때문에 쫓기는 신세다. 태호는 미군부대의 스넥바에서 일하지만 실제 본업은 미제 물건장사이다. 한 몫 벌어 미국으로 떠버리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 태호와 미군때문에 거칠대로 거칠어진 양공주들과의 생활에서 종수는 동화되지 못하며, 한편으로는 광주항쟁의 기억으로 인해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돈과 미국을 목표로 PX 뒷거래까지 마다하지 않는 태호와 마치 미국에 가면 새로운 삶이 열릴것처럼 생각하는 양공주들 속에서 종수는 야학학생인 구두닦이 구칠을 떠올린다. 마치 미국을 천국처럼 생각하는 그들과는 다르게 구칠은 자신과 함께 항쟁의 동지가 된 이후에도 끝까지 싸울 것을 고수하고 민주주의를 기원했다. 종수의 계속되는 기억은 현실과의 괴리감으로 그를 짓누르고 그의 고민과는 또 다르게 주위 사람들의 인생은 고통으로 물들어간다. 한 몫 벌어 미국으로 가버리겠다던 태호는 자신과 거래를 해오던 스티브에게 배신을 당해 모든 것을 잃고, 그와 마찬가지로 스티브와 함께 살 생각에 가슴 부풀어하던 제니 또한 스티브의 배신에 자살을 한다. 분노한 태호와 망연자실한 종수는 어떠한 일도 도모하지 못한채 다시 억눌리는 일상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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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6.(화) - 5.30(토) 상시상영​

네이버TV에서 영화 바로보기(배너 클릭)​ ​

 

Schedule

    프로그램 노트

    1980년 5월 광주에서 발생한 커다란 역사적 사건은, 그러나 이를 통해 권력을 잡은 군사정권의 언론 탄압과 사실 왜곡으로 인해 1980년대 후반까지도 그 실상이 널리 공표되지 못하였다. 이러한 시기에 5.18 당시 외신기자들의 카메라에 담긴 생생한 현장의 기록들이 수사 및 치안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간헐적, 기습적, 비공식적으로 전시되기도 하였는데, 그 중심에는 언제나 대학가라는 에너지 넘치는 ‘지성’의 공간이 자리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극영화의 선구적 작품이라 할 만한 <오! 꿈의 나라>가 제도권 밖에서 대학생들만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일까. 16mm 필름에 후시 녹음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영상과 소리 양면에서 다소 투박한 느낌을 자아내게 한다. 단지 기술적인 부분만이 아니다. 배우들 간 연기력의 차이 때문에 인물과 인물 사이의 앙상블이 깨져 버린 장면들도 적지 않고, 누가 보더라도 극중 노인 역을 20대 청년이 분장한 채 맡고 있음을 눈치 챌 만큼 어색함이 그대로 노출된 경우도 없지 않다. 표현 기법에 있어서도 1920년대 무성영화 시기 소련 ‘몽타주영화’를 연상시킬 만큼 인서트 장면이 빈번하게 삽입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편집의 속도 역시 지나치게 빠른 편이다. 무엇보다, 현재의 눈높이로 살피건대 광주 공수부대원과 동두천 미군의 폭력 장면에서 일종의 가학성이 발견되기도 한다. 
      
    <오! 꿈의 나라>는 주제적, 내용적 측면에서도 ‘학생영화’ 특유의 과격하고 직설적인 경향을 드러낸다. 5.18 직후 광주와 동두천이라는 상징적 장소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에서 전자의 공간에서는 계엄군에 맞서 싸울 것을 주장하는 ‘강경파’와 일단은 피하거나 타협하고 후일을 도모하자는 ‘현실파’ 간, 후자의 공간에서는 이를테면 ‘반미파’와 ‘친미파’ 간 갈등의 양상이 펼쳐진다. 주목되는 것은, 전남대 2년생으로 광주에서 5.18을 직접 겪은 후 고향 선배 태호(박충선 분)가 있는 동두천으로 거처를 옮긴 주인공 종수(홍정욱 분)가 일관적으로 ‘강경파’와 ‘반미파’의 태도를 취하면서도 위기의 순간(광주에서는 공수부대의 전남도청 진압 직전, 동두천에서는 경찰의 태호 방 수색 직전)에 이르러서는 반복적으로 도망치듯 몸을 피한다는 지점이다. 이를 통해 영화는 민주주의 쟁취와 자주권의 획득을 향한 정의감 및 열망과 더불어 폭압적인 공권력 및 제국주의적 횡포에 대한 인간적인 무력감과 두려움까지도 지니고 있던 동시기 대학생의 양면성을 자기반영적으로 표출하는 듯하다. 
      
    중요한 점은, 그 기저에 5.18이라는 ‘집단 경험’이 자리하고 있음을, 주인공 종수가 광주에서의 기억으로 분열적 증상을 보인다는 설정을 통해 이 작품이 암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종수의 ‘광주 트라우마’가 동두천 상공을 비행하는 미군의 헬기나 유흥가를 활보하는 미군 장병들의 모습 등과 겹쳐지며 발현되는 바, 그럼으로써 영화는 5.18의 책임 소재가 상당부분 미국 측에 있음을 강조한다. 그리고 동두천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미군에 기생하고 때로는 그들에게 짓밟히며 ‘양공주’로 살아가는 제니(김선경 분), 로라(오지혜 분), 애니(차선경 분), 써니(김현주 분) 등 영어식 이름을 가진 여성 인물들을 통해 울분과 비극의 역사가 계속되고 있음을 역설한다. 그러면서 영화는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꼬집으며, 진정한 ‘꿈의 나라’가 군부 독재로부터의 민주화와 미 제국주의로부터의 자주화를 달성하였을 때에 비로소 현실화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에, 영화 <오! 꿈의 나라>는 기교적 미숙함과 극단적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5.18을 다각적이면서도 중층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이하는 2020년 현 시점에서도 주목을 요하는 작품이라 하겠다. 여기에 더하여, 검열 당국의 영화 통제가 여전히 존재하고 미국의 통상 압력이 영화 시장으로 파급되던 시기에 학생들의 힘으로 제작, 배급, 상영 활동을 실현하였다는 점에서 텍스트 외적으로도 영화사적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함충범, 한양대학교​

    Director

    • 장산곶매Jangsangotme

      장산곶매는 1987년 강헌, 이용배, 장윤현, 공수창, 홍기선, 장동홍, 박대영, 이은 등 소형영화인들이 「오! 꿈의 나라」(1988)를 제작하기 위해 창립한 단체이다. 단체 명칭은 황석영의 희곡 「장산곶매」(1980)에서 따온 것이고, “우리 영화문화의 전반적 위기 속에서 진정으로 영화가 수행해야하는 기능, 이 땅 대중의 건강한 삶을 묘사하고 형상화하는 민족영화를 모색하고 실천하고자 공동창작, 공동작업 방식”을 추구했다.

    Credit

    • 제작남희섭, 이재구
    • 촬영 김현철, 박대영, 오정옥

    Mentor

    • 오재형Jae Hyeong Oh

      대학에서는 미술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페인팅 개인전 <-8.5의 감성>, <코스모스>를 개최했다. 영상 작업으로는 <강정 오이군>, <덩어리>, <블라인드 필름>,  <봄날> 등을 연출했다. 최근에는 영상과 피아노 연주를 결합한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