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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프로그램

네 자매 Shoah: The Four Sisters

  • 274min
  • X +
  • color
  • 다큐멘터리

아다 리흐트만, 헌너 머르톤, 폴라 바이런, 루스 엘리아스 이 네 명의 유태인 여성은 가장 광적이고 무자비한 만행의 목격자로서, 다른 많은 것 중에서도 그 목격자의 자격만으로도 인류의 기억에 영원히 새겨질 만하다. 그들 각자가 겪어야 했던 잔혹행위 외에도 그들이 가진 공통점은 어떤 겉치레나 잘못된 사유도 거부하는, 거의 동물적일 만큼 날카로운 지성, 즉 이상주의이다. 클로드 란츠만이 훗날 <쇼아>가 될 작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촬영한 이 훌륭한 네 여성은 각자 독립된 영화 속 인물로 등장하여 자신만의 빼어난 기질을 충분히 드러내고, 사람을 사로잡는 서술을 통해 유대인 절멸 시도의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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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금) - 5.26(화) 상시상영

네이버TV에서 영화 바로보기(배너클릭)​ ​​​

Schedule

    프로그램 노트

    네 여인이 있다. 그 중 한 여인이 말한다. “‘꿈’같은 시간이었다.” 이 때 꿈은 낭만을 대처하는 그런 꿈이 아니다. 이해불가 상황에 처했을 때 인간은 현실 감각이 마비되고 그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그 시간을 견뎌낸, 그러나 트라우마를 겪는 생존자는 사실 기반의 기억만큼이나 당시를 살아내야 했던 생존 감각과 엉킨 기억을 가지게 된다. 홀로코스트 연구자이자 심리학자 도리 라우브의 말을 빌면 일명 ‘깊은 기억’이다.  

    클로드 란츠만의 유작 <네 자매>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증언이자 이들의 ‘깊은 기억’을 다룬다. 루스 엘리아스, 폴라 바이런, 아다 리흐트만, 헌너 머르톤 네 여인은 당시 경험을 차분하게 증언한다. 생존자로 당시 경험을 수천만 번은 곱씹었을 그러나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고 꽁꽁 묶어둔 기억은 때론 사실에서 비켜가기도 한다. 그러나 증언은 경험 그 자체만큼이나 곱씹은 세월과 그동안의 사회적 기억과 맞물리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정돈된 언어를 가진다. 

    루스 엘리아스는 기간 결혼을 하고 일을 하고 임신을 하였다. 사랑과 일과 배고픔으로 당시를 기억하는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기존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기억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그러나 생존자가 다 같은 생존자는 아닐 터다. 전쟁의 기록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양분하여 쉽게 분류하고 틀을 지우지만, 전쟁을 겪은 개인은 보편서사 만큼이나 개별적이고 특수한 서사를 가진다. 전쟁은 모두 개별적으로 경험해내기 때문이다. 특히 다수의 죽음 속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의 경우는 살아남은 상황이 개인적이고 개별적일 수밖에 없다. 영화는 네 인물의 인터뷰를 통해 그 개별성과 다름을 란츠만 특유의 정공법으로 들어낸다. 당시 일부 순간을 인생의 황금기로 기억하는 루스는 생사 갈림길의 순간을 일종의 모험으로 회상한다. 임산부로 아우슈비츠 가스실을 피할 수 있었던 순간에 대한 기억은 그녀가 사용하는 언어 속에서 묘하게 미끄러진다.  

    폴라 바이런의 증언 역시 당시 17세 소녀의 기억과 맞물린다. 유태인 게토 지역에서 학교를 마친 그녀는 게토의 부정부패를 정화하는 유태인 여성 경찰로 활동했다. 윤리적인 딜레마에 시달렸다고 말하면서 당시를 기억한다. 그리고 말하고 싶지 않은 영역에서는 단호하게 침묵한다. 이어지는 아다 리흐트만과 헌너 머르톤의 경험과 증언 방식도 그들 개인의 삶과 얼굴이 살아있다. 당시 아우슈비츠에 실려 온 7천 명 중 3명의 생존자 중 한명인 아다 리흐트만은 가스실 줄 입구에서 선택되어 일했고 또 일했다. 그녀의 주된 일은 사망한 유태인 어린 아이 품에 있던 인형의 옷을 만드는 것이었다. 유태인 죽은 아이 품에서 독일인 아이 품으로 건너가기 전 인형놀이랄까. 아다는 지금도 생계로 인형 옷을 만들고 있다. 반면, 특송차를 타고 스위스 국경을 넘어 생존한 한너 머르톤의 기억은 다르다. 당시 변호사였고 시온파였던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협상 결과로 유대인 구출 명단에 있었던 특권층이었다. 한너는 인터뷰 내내 고인 눈물을 하고 고인이 된 남편의 수첩과 자신의 기억을 연동시킨다. 마치 남편의 일기가 실증적인 자료인 것처럼 증언을 이어가는 것이다.   

    각기 다른 네 사람의 증언은 각기 다른 층위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특히 개별 여성의 표정과 몸짓은 언어화된 증언의 목소리 보다 더 큰 울림과 의미를 양산해낼 때가 있다. 이때 함께 있는 란츠만의 존재 역시 기록자 이상의 자리를 차지한다. 란츠만은 때론 기억을 보완해주고 때론 질문을 유도하고 때론 기억을 상세하게 파고든다. 그리고 미묘한 윤리적 도덕적 딜레마를 짚어낸다. 이 작품이 생존자의 증언록으로만 머물지 않은 이유이다.

    아코디언 연주를 하는 루스, 바닷가를 거니는 폴라, 인형 옷을 만들고 있는 아다, 그리고 책 속에 둘러싸여 있는 헌너. <네 자매>는 역사의 희생자나 전쟁의 피해자 상에 가두지 않고 시대를 최선을 다해 주체적인 삶을 살아낸 인간을 마주하게 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들을 ‘네 자매 four sisters’ 로 이어내는 공통 제목으로 인해 역사를 살아낸 여성들을 가족이나 민족의 테두리 안으로 엮어낸다는 불편한 느낌 역시 없지 않다. 
     
    이승민, 영화평론가​

    Director

    • 클로드 란츠만Claude Lanzmann

      클로드 란츠만은 20세기 프랑스 지성을 대표하는 지식인이자 저널리스트이며 무엇보다 20세기 최고의 기록영화라고 평가받는 <쇼아>의 감독이다. 란츠만은 1925년 파리에서 태어나 고등학생 때인 42년에 레지스탕스 운동에 가담했고 전후에는 사르트르, 보부아르 등과 친교를 맺으면서 잡지 <현대>의 멤버로 수많은 논설과 르포르타주를 썼다. 철학, 문학, 정치 등을 취급하며, 20세기 후반기 50년 동안 프랑스 및 세계의 지성사, 문화, 정치의 장을 커버했던 잡지인 <현대>를 통해 란츠만은 반제국주의 투쟁에 앞장섰고 인도차이나전쟁, 베트남전쟁, 알제리전쟁에 반대하는 활동을 펴왔다.

    Credit

    • 제작David FRENKEL
    • 촬영 Dominique CHAPUIS, William LUBTCHANSKY
    • 편집 Chantal HYMANS

    Mentor

    • 광주 VR 콜렉티브Gwangju VR Collective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이하여 <10일> 제작을 위해 꾸려진 VR영화 전문가와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로 꾸려진 콜렉티브이다. 작가 김태윤, 백호암, 이정수, 정범연, 티파니 리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