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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프로그램

좋은 빛, 좋은 공기(2채널) Good Light, Good Air(2 Channel)

  • 대한민국
  • 42min
  • X +
  • color
  • 다큐멘터리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는 시기에 군부가 정권을 잡으면서 일어났던 지구 반대편 국가인 아르헨티나와 광주의 역사, 인간이 인간에게 행했던 만행과 학살의 역사는 거울처럼 닮아있다. 2018년 5월, 5·18항쟁의 흔적과 공간(구 전남도청)을 지키기 위해 수년째 점거 시위를 하고 있는 할머니들이 있다. 5·18 당시 아들을 잃은 한 할머니가 이야기한다. “우리가 이렇게 안 지키면 우리 새끼들이 영원히 개죽음 되는 거에요. 그래서 우리 새끼들이 죽어간 자리, 피가 맺힌 그 자리를 복원해 줘라 이야기하는 거에요.” 2018년 8월, 아르헨티나 군사독재시대(1977-83) 납치와 감금, 사망, 실종사건이 벌어졌던 기억의 공간에서 증언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대표적인 감금 장소인 Ex-ESMA(전, 해군사관학교) 촬영 중 한 명의 중년 여성이 우리에게 다가와 이야기 한다. “이 공간이 불편했던 사람에겐 편안한 공간이 되었으면 하고,편안했던 사람들에겐 불편한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Ex-ESMA 벽에 붙여진 수많은 실종자의 사진들이 우리에게 “그렇다”고 이야기 하는 것 같다. 

 5.23.(토) 20:00 *1회 상영
 네이버TV에서 영화 바로보기(배너클릭)​ ​ 

Schedule

    프로그램 노트

    임흥순 감독의 <좋은 빛, 좋은 공기(2채널)​>는 영화 내내 2채널 형식으로 구성된 화면에 서로 멀리 떨어진 두 공간을 나란히 붙여 보여준다. 왼쪽에는 1976년부터 1983년까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군사정권이 자행한 조직적인 고문과 학살, 강제실종과 입양, 정보조작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인터뷰가, 오른쪽에는 1980년 5월 18일에서 23일 사이에 일어난 광주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사람들과 유족들의 인터뷰가 진행된다. 광주와 아르헨티나의 물리적 거리는 매우 멀고, 인종, 언어, 문화도 서로 낯설지만, 운명 같은 두 도시 이름처럼(광주의 ‘좋은 빛’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좋은 공기’) 그들이 겪은 국가적 폭력과 트라우마는 놀랍도록 유사하다. 비슷한 시기에 두 국가의 군사독재정권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을 학살하고 시체를 유기하고, 역사를 조작하고, 그들의 정체성을 말살하려 했다. 그러나 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과 유족들은 잔인하고 무자비한 국가폭력에 굴복하지 않고 ‘기억의 전쟁’을 벌여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5월광장어머니회’와 광주의 ‘오월어머니회’처럼 여성들이 있었다. 그러나 두 역사의 상당한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애써 둘을 연결하는 서사를 만들지 않고, 때때로 차이를 드러내고 간격을 유지한다. 대화는 공감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고 잠시 말을 멈출 때도 있을 때 오히려 가능하기 때문이다. 분리된 두 채널에서 한쪽에서 말할 때 그 영상의 자막이 다른 한쪽에도 동일하게 삽입되는 형식은 ‘역사를 연대하고 기억하기’에서 중요한 것은 말하기뿐만 아니라 듣기임을 강조한다. 그러한 대화를 통해 폭력의 종류에 따라 그 결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고통‘들’, 기억하기의 다양한 방식이 공유된다. 시신이 발견되어 죽음이 확인된 피해자와 여전히 실종상태인 피해자의 유족의 고통은 차이를 갖는다. 기억하기는, 유해발굴과 유전자은행 설립 같은 과학적 방식부터 폭력이 일어난 장소의 보존과 활용, 낙태합법화 운동과의 연대 등을 통한 역사의 현재화, 그리고 죽은 자식의 사진과 나누는 일상적이고 친밀한 대화, 폭력의 한중간에서 맡았던 ‘쑥갓’의 향그러운 냄새의 환기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그 대화는 다른 고통들과 기억하기의 방식에 있어 ‘적절함’과 ‘강도’의 위계를 거부한다. 자신의 작가적 역할을 ‘고스트 가이드’라 지칭한 임흥순 감독은 이렇게 ‘차이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차이를 통해’ 전 지구적으로 그리고 세대 간에 링크가 가능한 고통과 기억 연대의 ‘대화 방식’을 제시한다.    

     

    조혜영, 중앙대학교

    Director

    • 임흥순Heungsoon Im

      임흥순(1969년 생)은 미술작가이자 영화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현대 예술로서의 다큐멘터리 영화와 공공미술, 개별작업과 공동작업, 전시장과 극장 그리고 생활현장을 오가며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기획, 제작해왔다. 미술과 영화라는 장르를 해체하는 동시에 확장하는 작품을 선보여 왔으며, 국내외 유수 미술관 및 영화제에 작품이 소개되면서 세계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영화주간지 《씨네21》이 꼽은 ‘2013 한국영화 베스트 10’ 선정 등 호평을 받은 <비념>(2012), 한국 최초로 베니스 비엔날레(2015) 은사자상을 받으며 화제를 모은 <위로공단>(2014/5),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관객상에 빛나는 <려행>(2017), 국립현대미술관 임흥순 개인전과 극장에서 선보인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2019) 등을 연출했으며 카네기 인터내셔널(2018), 퐁피두미술관(2016), 테이트 모던(2015), MoMA PS1(2015), 샤르자비엔날레(2015), 국립신미술관(2015) 등의 전시에서 작품이 소개되었다.

    Credit

    • 제작김민경
    • 편집 이학민

    Mentor

    • 이창동Changdong Lee

      이창동은 대한민국의 소설가 겸 영화감독이다. 데뷔작 <초록물고기>부터 시작해 <박하사탕>,<오아시스>,<밀양>,<시>,<버닝> 등 많은 작품들이 좋은 평가를 받아 각국의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