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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프로그램

박하사탕 A Peppermint Candy

  • 대한민국
  • 130min
  • 19 +
  • color
  • 드라마

스무 살 첫사랑, 그 순수로 떠나는 시간여행. 다시 시작하고 싶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 1999년 봄, 마흔 살 영호는 '가리봉 봉우회' 야유회에 허름한 행색으로 나타난다. 그곳은 20년 전 첫사랑 순임과 소풍을 왔던 곳. 직업도 가족도 모두 잃고, 삶의 막장에 다다른 영호는 철로 위에서 "나 다시 돌아갈래" 라고 절규한다. 영호의 절규는 기차의 기적소리를 뚫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사흘 전 봄, 94년 여름, 87년 봄, 84년 가을, 80년 5월 그리고 마지막 79년 가을. 마침내, 영호는 스무 살 첫사랑 순임을 만난다.​

 5.23.(토) - 5.27(수) 상시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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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edule

    프로그램 노트

    영상(映像)이라는 기제는 특정 사건에 대해 생생하고 구체적인 장면을 제공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역사적 진실을 깨닫게 하는 특유의 저력을 보유한다. 5.18민주화운동의 경우도, 외신기자들의 카메라에 담긴 현장 기록을 통해 군사 정권의 언론 통제와 사실 왜곡에 의해 가려져 왔던 그 진상이 폭로된 바 있었다. 결국 문민정부 시절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내란죄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았고 5.18의 명예 회복 역시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박하사탕>은 그로부터 몇 년 뒤, <초록물고기>(1997)를 통해 데뷔한 이창동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여느 ‘5.18 영화’들처럼, <박하사탕> 역시 1980년 5월 광주에서의 역사적 사건을 극화된 영상 화면에 옮겨 재현한다. 그러면서도 이전 작들과는 구별되는 이야기 설정 및 연출 기법을 선보인다. 

     

    우선, 영화 속 주인공이 광주의 시민이 아닌 공수부대원으로 등장한다. 서울 가리봉동 공장 지대에서 주경야독하며 꿈을 키워가던 젊은 청년 김영호(설경구 분)는, 입대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광주에 투입되어 정신없이 학생들을 쫓던 중 다리에 총상을 입은 뒤 우연히 만난 여학생 청소년을 도망치게 하려다가 실수로 그녀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다. 영호의 입장에서 보면 군 입대와 광주 투입, 민간인 살인 가운데 어느 것도 자신의 의지나 선택에 따라 행해지지 않았던 바, 이를 통해 영화는 5.18의 비극성을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한편 그 책임 소재에 관한 보다 심도 깊은 고찰을 유도한다. 

     

    나아가, <박하사탕>은 이후 약 20년에 걸친 시대적 흐름을 영호의 인생사를 중심으로 다룸으로써 5.18의 역사적 의의와 파급력을 더욱 확장시켜 제시한다. 이를 위해 영화는, 영호가 20여년 만에 ‘가리봉 동우회’ 야유회에 나타나서는 철로에 오른 뒤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돌려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을 기점으로 (1) 사흘 전, 1999년 봄 (2) 1999년 여름 (3) 1987년 봄 (4) 1984년 가을 (5) 1980년 5월 (6) 1979년 가을 등 총 6회에 걸쳐 과거의 시퀀스를 역행적으로 보여주는 다소 특이한 시간적 배열 구조를 취한다. 그리하여, 예전에는 순수했던 영호가 ‘5.18 트라우마’를 경험한 뒤 1980년대에는 형사로서 민주화운동을 폭력으로 억압하고 1990년대에는 가구점 사장이 되어 비도덕적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후 IMF사태를 겪으며 파산하고 이혼하는 일련의 과정이 펼쳐진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이와 같은 일그러진 자화상이 단지 영호의 개인적 차원에 국한되어 적용될 만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를 역설하듯 <박하사탕>에는 순수의 상징인 박하사탕이 (그의 첫사랑인 윤순임(문소리 분)의 손에 의해) 알알이 포장되어 있다. 또한 영화 속에서도 일방향으로 달리며 시간의 경과를 반복적으로 나타내는 (그러나 1980년 5월 광주역에서는 멈추어져 있던) 열차의 경우, 그 존재 가치는 다수의 사람들을 태운다는 데 있다. 

      

    2020년 현재, 5.18민주화운동도 어느덧 4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는 어떠한 모양의 열차를 타고 어느 방향의 선로 위를 어떻게 달려 왔던 것일까? 5.18 이후 20여 년간의 한국인의 발자취를 그려낸 <박하사탕>을 다시 보며 그 이후의 20년까지를 더하여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진단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 다시금 의미 깊게 다가온다. ​

     

    함충범, 한양대학교

    Director

    • 이창동Changdong Lee

      이창동은 대한민국의 소설가 겸 영화감독이다. 데뷔작 <초록물고기>부터 시작해 <박하사탕>,<오아시스>,<밀양>,<시>,<버닝> 등 많은 작품들이 좋은 평가를 받아 각국의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Credit

    • 제작전양준
    • 촬영 김형구
    • 편집 김용수, 김현

    Mentor

    • 이정국Jung Gook Lee

      중앙대학교에서 연극영화학을 전공했다. 1990년〈부활의 노래>를 연출하며 데뷔했다. 1994년 <두 여자 이야기>로 대종상에서 작품상, 신인감독상, 각본상을 수상했다. 1996년에는 <채널 식스 나인>을, 1997년에는 <편지>를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