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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프로그램

꽃잎 A Petal

  • 대한민국
  • 101min
  • 19 +
  • color
  • 드라마

5월 광주, 총성 속에서 죽어가는 엄마를 버리고 도망친 15세 소녀. 그녀는 공사장 인부 장을 무조건 오빠라고 부르며 따라나선다. 깨지지 않는 침묵과 초점 잃은 시선, 무언가 무서운 일을 겪었던 것처럼 망가진 소녀의 몸은 장을 분노 속으로 몰아넣고, 소녀의 악몽에서 도망치고 싶은 장은 그녀를 무참히 학대하지만 차츰 소녀의 아픔과 슬픔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한편 의문사를 당한 친구의 여동생 소녀를 찾는 우리들은 방방곡곡을 헤매기 시작하지만 소녀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런 어느날 장은 무덤가를 헤매는 소녀를 지켜보게 된다. 무덤 앞에 앉은 소녀는 죽어가는 엄마의 손을 처절하게 뿌리치고 달아나야 했던 진실을 고백한다. 

 5.23.(토) - 5.27(수) 상시상영

 네이버TV에서 영화 바로보기(배너클릭)​ ​ 

Schedule

    프로그램 노트

    1996년 4월 5일. 상업영화 최초로 5월 광주를 그린 작품이 대한민국의 스크린을 찾았다. 장선우 감독의 <꽃잎>이다. 전두환, 노태우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 서고, 5.18 특별법이 제정되었으며, 마찬가지로 광주를 중요한 모티프로 삼았던 SBS의 드라마 <모래시계>(1995)가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끈 이후였다. 더불어서 87년 제도적 민주화 이후 1990년대 문화의 시대가 열렸고, 일종의 공론장이자 대안역사의 장으로서 스크린의 역할이 기대되던 시절이기도 했다. 70년대부터 사회진보운동에 참여했고, 열린영화론 등 정치적 영화만들기에 몰두했던 장선우 감독이 때를 기다려 ‘기어코’ 만들어낸 작품이 <꽃잎>이었다. 

     

    영화는 어느 초여름, 막일을 하는 인부 장이 강변에서 ‘미친 소녀’와 마주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저리 가라고 내쫓고 강간을 하고 때려도, 소녀는 계속 장을 ‘오빠’라 부르며 쫓아온다. 결국 장이 기거하는 창고에서 소녀와 장의 기이한 동거가 시작된다. 한편, 민주화 운동을 하다 군대에 끌려가 의문사한 대학 동기의 가족을 찾아나선 ‘우리’들. 5월 광주에서 친구의 어머니는 사살당했고, 동생은 실종됐다. 인부 장이 동생을 데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는 장을 찾아가지만, 이미 동생-소녀는 장을 떠나고 없다. 그렇게 상처 입은 광주 그 자체의 알레고리인 ‘미친 소녀’는 ‘우리’를 떠나 미지의 어떤 것이 되어버린다.

     

    1996년 당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꽃잎>을 2020년에 다시 보자니 복잡한 심경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 작품은 역사 속에서 도저히 증언할 수 없었고 들을 수 없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재현할 수 없는 사건이었던 5월 광주를 이해할 수 있는 것, 포착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미친 소녀’와 ‘폭력적이지만 결국은 공감하고마는 남성 노동자’, 그리고 ‘무기력한 엘리트’라는 익숙한 수사를 경유한다. 소녀가 광주가 되고, 남성 노동자와 엘리트는 ‘우리 시대의 인간 군상’이 되는 이 도식 안에서, 광주는 다시 한 번 스스로 증언할 수 없는 피해자의 자리에 고정되고 말았다. 여성의 신체가 다시 한 번, 남성 중심적인 역사관이 펼쳐지는 텅빈 공간으로 착취당하는 것처럼 말이다.

     

    <꽃잎>은 1990년대 문화의 시대가 펼쳐보이고 있었던 가능성과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낡은 세계관의 한계를 동시에 안고 있는 작품이다. 5월 광주를 다룬 최초의 대중영화로서 그 의미를 논하는 것만큼, <꽃잎>의 문제적 재현을 비판함으로써 더 나은 역사쓰기를 상상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손희정, 문화평론가

    Director

    • 장선우Sunwoo Jang

      본명은 장만철. 서울대 고고 인류학과 졸업. 대학 재학시절부터 약 10년간 마당극 등 민중문화 운동에 앞장섰다. 그후 그후 민중문화운동의 리더 격이었던 황석영의 소개로 이장호 감독을 만나,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80)을 보고 영화에 뜻을 두게 되었다. 80년 5공화국의 시작과 함께 당국의 주목을 받자, '선우'로 필명을 정해 영화평론을 계속 발표했다.(선우는 선우완 감독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함) 창작 시나리오와 MBC-TV의 베스트셀러 극장의 대본을 몇 편 쓴 후 86년 선우완 감독과 공동연출로 <서울예수>를 만들면서 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 작품은 기성 상업영화 자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찍은 한국 최초의 독립영화라고 할 수도 있는데, 검열과 여러 가지 사안 때문에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88년에는 야망으로 가득찬 한 신입사원을 통해 현대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한 <성공시대>를 만들어 작품성에서나 흥행성에서나 높은 평가를 받았다. 91년에 하일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경마장 가는 길>, 92년 고은 원작의 <화엄경>을 만들었다. 99년 뜨거운 논란을 일으킨 <거짓말>은 99 베니스 국제영화제 본선에 진출했다.

    Credit

    • 제작안병주
    • 촬영 유영길
    • 편집 김양일

    Mentor

    • 조근현Geun Hyun Cho

      대한민국의 영화감독으로 <26년>, <봄>,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 등을 연출했다. 2014년 달라스아시안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