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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프로그램

침묵의 시선 The Look of Silence

  • 덴마크
  • 103min
  • 15 +
  • color
  • 다큐멘터리
1965년 인도네시아 군부정권 대학살의 기억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람리’라는 이름은 곧 학살을 의미했다. 그는 비밀리에 사라졌던 100만 명의 사람 중 유일하게 목격당한 죽음이었기 때문이다. 알고도 모른척 숨죽여 살아야 했던 사람들에게 ‘람리’의 또 다른 이름은 침묵이자 망각. 그러나 그의 동생 ‘아디’는 50년 만에 형을 죽인 살인자를 찾아가 그 때의 이야기를 묻기 시작하고, 가해자들은 누구보다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자신이 저지른 소름 끼치는 살인을 증언한다. ‘죽음’은 있지만 ‘책임’은 없는, 인류 역사상 가장 고요하고 잔혹한 이야기.

 

Schedule

    프로그램 노트

    극단적 폭력사태 이후에도 삶은 이어진다. 가해자, 피해자, 협력자, 목격자, 방관자뿐만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의 가족들, 사건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 죽은 이들까지도 뒤섞여 함께 살아가야만 한다.

     

    문제는 학살자들이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어서 사건의 진실이 은폐되고 침묵이 강요되고 있는 상태다. 수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었는데도 잘못을 사과하거나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학살자들의 기억이 역사적 사실로 후속세대에게 가르쳐지고 있다면, 그런 사회에서 피해자들은 어떻게 온전한 정신으로 살 수 있겠는가. 피해자들이 학살자들을 용서하고 공동체와 화해하는 일이 가능하겠는가.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침묵의 시선, The Look of Silence, 2014>은 이러한 의문과 질문을 학살 사건 이후의 사회에 던지고 있다. 1965년~1966년 인도네시아에서는 군부독재에 반대하는 조합원, 소작농, 지식인 등 1백만 명이 공산주의자라는 오명을 쓰고 민병대에 의해 살해되었다. 영화는 이 학살사건이 발생하고 3년 후에 태어난 ‘아디’라는 남자가 사십 대 중반이 되어서야 사건과 연루된 다양한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 인터뷰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디’가 찾아가는 사람들 중에는 아들을 잃은 자신의 부모님과 생존자도 있지만, 학살사건의 책임자와 집행자, 협력자, 학살자의 자식들과 방관자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학살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만의 문제가 아니며, 사건을 직접 경험한 세대의 문제로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아디’는 인터뷰를 통해 말해주고 있다.  

     

    검안사인 ‘아디’는 학살자들의 시력을 테스트하면서 형의 죽음에 대해, 그리고 사건의 진실에 대해 질문하고 또 질문한다. 하지만, 원하는 답은 끝내 들을 수 없다. 불쾌해하고, 부인하며, 심지어 협박까지 하는 학살자들의 뻔뻔함 앞에서 ‘아디’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를 말없이, 끈질기게 쳐다보는 일 뿐이다.

     

    학살자들은 다 지난 일인데 “무엇 때문에 묻어둔 기억을 들춰내는가?”라고 반문한다. 하지만, “내 자식을 죽인 놈들과 그 놈들의 자식과 손자들까지 고통 받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어머니의 한이 풀리지 않는 한, ‘아디’는 침묵의 시선을 거둘 수 없다. 영화를 찍을 당시 이미 백 살이 넘은 부모님 세대에서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과제는 ‘아디’의 세대로, 그리고 ‘아디’ 자식들의 세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디’가 ‘침묵의 시선’을 통해 인도네시아 사회에 요청하는 것은 학살자들에 대한 처벌이 아니다. 피해자들이 용서하고 화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정원옥, 문화연구자

    Director

    • 조슈아 오펜하이머 Joshua Oppenheimer

      미국의 영화감독으로 <액트 오브 킬링>과 <침묵의 시선>을 연출했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평화영화상을 수상하였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부산시네필상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수많은 영화제에서 관객을 만났다.  

    Credit

    • 제작Signe Byrge Sørensen
    • 촬영 Lars Skree
    • 편집 Niels Pagh Andersen

    Mentor

    • 장산곶매Jangsangotme

      장산곶매는 1987년 강헌, 이용배, 장윤현, 공수창, 홍기선, 장동홍, 박대영, 이은 등 소형영화인들이 「오! 꿈의 나라」(1988)를 제작하기 위해 창립한 단체이다. 단체 명칭은 황석영의 희곡 「장산곶매」(1980)에서 따온 것이고, “우리 영화문화의 전반적 위기 속에서 진정으로 영화가 수행해야하는 기능, 이 땅 대중의 건강한 삶을 묘사하고 형상화하는 민족영화를 모색하고 실천하고자 공동창작, 공동작업 방식”을 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