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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프로그램

오월愛 No Name Stars

  • 대한민국
  • 104min
  • 전체
  • color
  • 다큐멘터리

폭도의 도시라 불리던 시절을 지나 망월동이 국립묘지로 지정되기까지 수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보다 빠른 속도로 1980년 5월의 광주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 기꺼이 가게 문을 열어 빵과 음료수를 나누었던 구멍가게 황씨, 버스 한 가득 시민군을 태우고 금남로를 달리던 양기사님, 주먹밥을 만들어 나르던 양동시장 김씨 아주머니와 열여섯 미순이 역시 소박한 꿈을 꾸며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이었다. 열흘 간의 항쟁 이후, 세월은 거짓말 같이 흘러 그 날의 소년들은 어느덧 중년의 나이를 훌쩍 넘겼다. 5.18에 대한 기록이 정교해지는 것과 상관없이, 기록에서 제외된 수많은 사람들은 각자의 기억을 가슴에 묻은 채 살아가고 있다. 몸과 마음에 남은 상처는 여전히 선명하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냈던 그 기적 같은 봄날의 그들은 누구보다 아름다웠다.

 

30년 전 우리 현대사인 광주민주항쟁의 의미를 다룬 작품이다. 여전히 아픈 기억을 안고 이름 없이 살아갔던 이들이 역사의 한가운데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는지, 이후 이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카메라는 담담히 쫓아간다. 그들의 당당한 삶을 통해 현재의 우리 삶을 반추하게 한다. 올해로 30주년이 된 5.18광주민중항쟁. 80년 5월 27일 항쟁의 마지막 날까지 도청과 광주외곽을 지켰던 시민군들, 가난한 삶속에서도 주먹밥을 해주었던 시장 상인들은 청년에서 중년을 훌쩍 넘었다. 이들은 평범한 광주시민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이들이 갖고 있는 광주항쟁의 기억은 이후 많은 삶을 변하게 했다. 5.18이 일어나기 전 그들은 가난하지만 꿈을 키워갔던 나이 어린 청년이었다. 계엄군들이 광주 외곽을 포위하고 있는 상황에서 광주시민들은 시민군을 중심으로 절대 자치공동체를 이루어낸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누가 선동하지 않아도 하나가 되어 서로 도왔던 소중한 경험을 이루어낸다. 공간적인차단과 정보의 차단 뿐 아니라 그동안 민주화운동 진영의 지도적 역할을 했던 운동가들의 부재라는 최악의 고립상태에 놓였음에도 하나를 이루었다. 그들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 앞에 닥친 역사의 현장에서 시민군으로 뛰어들게 했던 당시의 절박한 상황이 현재의 삶속에서 드러난다.​


 5.22.(금) - 5.26(화) 상시상영

 네이버TV에서 영화 바로보기(배너클릭)​ ​ ​

 

Schedule

    프로그램 노트

    10년 가까이 김태일·주로미 감독의 <오월愛>는 한국사회를 자기모순에 빠지게 만들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만큼 방대한 기록과 기억의 아카이브를 구축한 역사가 과연 또 있을까라는 안도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라는 회한. 이 영화는 오늘도 이 둘 사이의 궤도를 한 치의 오차 없이 다녀간다. 그래서 <오월愛>는 1980년 5월 광주를 지나간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늘 새로운 사건(evenement)으로 현재화한다. 다시, 더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는 이 다큐멘터리영화의 울림은 한국사회가 그 이전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518의 시그널과 공명한다. 다큐멘터리영화는 우리가 잘 모르는, 혹은 안다고 착각하는 세계와의 만남이기 때문에, 그래서 그 자체로 재현의 정치를 수행한다.

     

    이 영화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요약 제시하는 자막으로 시작한다. 다큐멘터리영화의 일반적인 장면일 수도 있겠으나, 현장음과 병치시키면서 특별한 의미를 빚는 장치처럼 보인다. 5월이 되면 언론을 통해 수없이 소개되었을 내용이다. 문제는 우리가 딱 거기까지만 안다는 사실. 현장음과 블랙스크린의 병치(juxtaposition)는 그 내용이 사실인지, 옳은지,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지에 관한 현재 우리의 판단중지 상태를 암시하는 것은 아니겠는지. 아니면 여전히 그 자막에 담기지 못한 수많은 목소리의 존재를 환기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관객들로 하여금 가장 몰입하게 하는 장면은 양동시장에서 만난 이영애 선생이 “아무 씨잘떼기읎어”를 무한 반복하는 씬이라 생각한다. 그분의 냉소에도 카메라는 쉽게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다가 냉소가 웃음으로 풀리고 결국 모여 앉아 이야기를 시작하는 장면은 1980년 5월 이후 광주의 생애이기 때문에 뭉클하다. 항쟁의 참상에 관해 비교적 잘 알려진 인터뷰와 내레이션이 일단락되고 시작한 그 분과의 이야기는 굶주린 시위대, 특히 시민군에게 밥을 지어준 여성들의 이야기였다. <오월愛>를 기록되지 않고, 기억되지 않았던 518의 새로운 시작으로 보이게 만드는 장면이다.

     

    이 영화는 10일 간의 항쟁, 그 중에서도 참여자들의 연대와 헌신으로 빚어진 “아름다운 공동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968년 학생운동이 한창이던 파리의 한복판에 세워진 바리케이트에 누군가 새긴 Ten Days of Happiness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아름다운 공동체가 당시의 국가에는 단 한번도 존재한 적 없었던 해방, 자치, 배려, 치유, 연민, 사랑, 공존 등을 실천했다는 점이다. 엄연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기록되지 않았던, 그래서 항쟁의 다양한 결들을 드러내는 것이면서 동시에 항쟁 그 자체에 내재하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명징하다.

     

    내내 숨죽여 담담하게 5월의 광주를 쫓던 카메라가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공식행사에서 금지된 곡, <임을 위한 행진곡>을 독창하는 양인화 선생으로 내달린다. 폭도에서 민주화열사, 유공자로 존재회복이 이루어졌으나 사과와 애도가 부재하는 공식행사로만 견뎠던 30주년의 아픈 장면이다. 여전히, 금지당하고 의심받는 광주의 5월, 이 영화는 40주년을 어떻게 상상하고 있었을까. 두 감독이 쓰고 있는 민중세계사 10부작의 끝에서, 작품 안에서는 더 많은 민중이 발견되었기를, 그리고 바깥에서는 비로소 민중이 주체가 되는 역사가 시작되기를 기대해 본다. 

     

    전우형, 중앙대 접경인문학연구단​

    Director

    • 김태일 Taeil Kim

      푸른영상에서 다큐멘터리를 시작, 한국의 아픈 역사의 뒤편에 대한 작업은 물론 사회 기저층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이어왔다. 아내 주로미, 아들 상구, 딸 송이와 함께 완성해낸 5·18 이야기 <오월愛>를 찍었으며,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팔레스타인의 일상을 담아낸 <올 리브 올리브>(2016, 주로미 공동연출)를 통해 사려 깊은 감수성을 선보였다.

    Credit

    • 제작상구네필름
    • 촬영 김태일, 태준식, 고안원석

    Mentor

    • 조슈아 오펜하이머 Joshua Oppenheimer

      미국의 영화감독으로 <액트 오브 킬링>과 <침묵의 시선>을 연출했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평화영화상을 수상하였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부산시네필상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수많은 영화제에서 관객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