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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프로그램

오월상생 Memory of May

  • 대한민국
  • 27min
  • 12 +
  • color
  • 애니메이션

1. <오월의 노래 2>

신록이 푸르른 어느 봄날, 중학생 또래의 아이들이 현장체험학습을 위해 5·18 묘지를 방문한다. 아이들은 80년 항쟁 당시 쿠데타군에 의해 참혹하게 죽임을 당했던 한 소녀의 무덤을 찾아 비문을 받아 적는 숙제를 하고, 아직까지 시신을 찾지 못한 채 무덤없이 묘비만 세워져있는 행방불명자 묘역도 둘러본다.

 

2. <민주 햇살>

거대한 탄피들이 박혀 있는 혈루의 땅에 한 소녀가 걷고 있다. 대지를 짓누르고 있는 탱크를 넘어 소녀는 꽃 한 송이와 만나고 아이들은 꽃을 간직한 채 상흔으로 얼룩진 길을 걷는다.

 

3. <전진하는 오월>

5·18 민중항쟁을 기록한 다큐 필름은 대부분 독일인 유르겐 힌츠페터 기자에 의해 촬영되었다. 그가 기록한 5·18의 생생한 현장 필름은 80년 5월 22일 독일 제1공영방송(ARD) 8시 뉴스를 통해 최초로 방송되었으며. 연이어 ‘기로에 선 한국’이라는 특집물로 편성되어 방송되었다. 국내에서는 86년에 이르러서야 ‘지하에서 불법 복사’된 비디오 테입으로 5·18의 참상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80년 당시 독일 공영방송은 이렇게 보도하였다. “시민들은 완전히 시위대 편이며, 모든 주유소는 휘발유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시기 전남매일신문기자 일동 명의의 짧은 성명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우리는 보았다. 사람이 개끌리듯 끌려가 죽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러나 신문에는 단 한 줄도 싣지 못했다. 이에 우리는 부끄러워 붓을 놓는다.”라고.

 

4. <오월의 노래 1>

5·18 민중항쟁 당시 헌혈하고 나오다가 헬기 기총소사에 맞아 사망한 어느 소녀의 영혼에 대한 이야기. 5·18의 상흔으로 얼룩진 ‘상처의 탑’에 오르던 소녀는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나무인형들과 만나고, 하늘로 꽃상여를 띄워 보낸다.

 

5. <임을 위한 행진곡>

한 소년이 제단에 칼빈 소총을 바치고 피의 프랭카드를 쓰고 있다. 소녀는 소년에게 다가가 총을 건네고, 아이들도 잇달아 제단에 총을 올린다. 총은 태극기에 덮여 도열해있는 관과 함께 놓여 있다.​

 5.26.(화) - 5.30(토) 상시상영
 네이버TV에서 영화 바로보기(배너클릭)​ ​ 

Schedule

    프로그램 노트

    # “여타의 예술, 문화 창작이 그러하듯이 애니메이션 또한 시대와 함께 한다”…라고 한다면, 애석하게도 한국의 애니메이션은 80년대 후반 (나아가 90년대 초중반)까지 그러한 소임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 “사진적 재현술에 기반한 라이브 액션이 기록에 충실한 반면, 애니메이션은 광학적 매커니즘이 포착해내지 못하는 기억과 의미를 담아낼 수 있다”…라고 한다면, 역시나 슬프게도 한국의 애니메이션은 그러한 가능성을 90년대 중후반에 들어서야 비로소 탐지할 수 있었다.

     

    # “애니메이션은 움직임을 지니지 못한 대상에 숨결을 불어넣어 생명력을 부여하는 놀랍고도 성스러운 예술이다”…라고 믿고자 한다면, 다소 극단적으로 말해서 애니메이션이 다루는 대상들은 스스로 살아있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처음부터 생명이 없어야 하거나, 생명이 있다면 그 생명을 거두어들여야 한다.

     

    <오월상생>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애니메이션의 기본 정의 또는 덕목들을 처음부터 다시, 근본적으로 되새기게끔 한다. ‘애니메이션은 진정 자신의 몫을 다해왔는가?’라고 말이다. 이는 주제와 테마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역사적으로 깨어있는가에 한정되는 질문은 아니다. 답이 정해진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면 굳이 애니메이션이라는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는 매체 형식을 취할 필요는 없다. <오월상생>의 의의는 ‘무엇을’의 문제를 ‘어떻게’의 방식과 연결시키는 지점에 있다.

     

    제목에 주목하자. 오월‘상생’이다. 영어 제목은 <’Memory’ of May>이지만, 이 작품은 그저 기억과 기록에 머무르지 않는다. 과거의 방부처리가 아니다. 상생은 과거와 현재, 저곳과 이곳, 그들과 나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상생은 ‘서로’를 필요로 하며, ‘생명을 북돋우는’ 일이다. 과거가 현재를, 아니면 현재가 과거를 일방적으로 살려내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서로를 살려내는 일이다. 그것이 가능한 일인가?

     

    ‘상생’의 과업은 <오월상생>이 스스로를 꾸려나가는 방식과 맞물린다. 과거와 현재는 그저 과거의 존재를 현재로 소환하거나, 현재의 존재가 타임슬립으로 되돌아가는 식이 아니다. 애니메이션의 특징적인 물리적 메커니즘 중에 하나는 이미지를 레이어로 분리시키고 겹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과거의 배경 위에 현재의 인물이 놓이기도 하고, 현재의 공간 속에 과거의 인물이 놓일 수도 있다. 물론 <오월상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작품이 가장 빛나는 지점은 다섯 곡의 노래에 있다. 당시에 불려졌던 노래, 당시의 아품을 담아냈던 노래, 지금도 그 비극을 전하며 불리는 노래 (그래서, 가해자의 입장에서는 집요하게 지워버리고자 하는 노래)는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된 과거의 트랙이 아니라, 지금의 스타일로 새롭게 태어난 곡들이다. 그리고 각 곡의 마지막에는 과거의 원곡이 다시 겹쳐지고. 이렇게 재해석된 곳들이 순서에 따라 맞물린다. 이미지는 그 위에서 얹혀서 느슨하지만 입체적으로 전체를 재구성한다.

     

    행불자의 무덤, 주인 없는 묘역에서 시작되는 <오월상생>은 현재의 주인공 (1980년으로부터 한참 지나서야 태어난 청소년)이 당시의 시민군 영정에 꽃을 바치고, 총을 건네는 지점으로 마무리된다. 다시 한번 주목하자. 과거가 현재에게 건네는 것이 아니라, 현재가 과거에게 건넨다. 그리고 비장하고도 결연하게 길을 나서는 당시 젊은이의 실제 눈빛이 마지막으로 포착된다.

     

    <오월상생>은 과거를 어떻게 현재와 이을 것인가라는 질문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이 그 과제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 것인가”를 모색한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을 여전히 빈약한 상상력과 뻔한 수식어로 대했다면, 부디 이 작품을 통해서 새롭게 발견하길 바란다.

     

    나호원, 애니메이션 평론가

    Director

    • 전승일 Seungil Chon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동국대학교에서 연극영화학을 공부하였다. 1994년 <내일인간>으로 데뷔해 현재까지 다양한 예술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작업은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 다양한 영화제에서 소개되었다. 

    Credit

    • 제작오진희, 강현영, 고광현, 김진주, 나정인, 차용호, 곽인근, 박예린, 오재현, 이병주, 이은영, 이혜영, 홍은지, 황정미